단순한 과학

있습니다. … 단순한 …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교육적 거짓말" 을 뜻합니다.

무언가 복잡한 걸 설명하고자 할 때, 약간의 거짓말과 과하지만 효과적인 단순화를 섞어 이해가 쉽도록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어릴 때 지구가 동그란 공이고 행성 친구들과 함께 태양 주위를 돈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사실 지구는 완전히 동그랗지도 않고 행성들의 덩치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며 서로 전혀 붙어 있지도 않죠. 과하더라도 단순화해서 시작을 하면 배움의 뼈대와 토대가 잡히고 훗날 거기에 미묘하고 복잡한 내용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복잡한 주제의 핵심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이러한 "교육적 거짓말"이 어느 정도는 사용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아예 과학 교육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교육도, 모든 과학 분야에서 엄밀하게만 이루어진다면 내용을 숙달하기 위해서 빡빡한 공부를 수 년간 해야 할 겁니다. 우리 인류라는 종은 과학과 과학의 발전을 정리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관심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실에 기반한, 과학적인 세계관을 가질수록 우리 모두에게 좋으니까요. 과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다른 영상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지만 일단 여기선 이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발전시키고,정리하고 예측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해 봅시다. 오늘날의 과학적 지식이 어떠한지를 이해한다면 사실과 검증가능한 이론에 입각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낡은 신념체계와 진화로 얻은 직관에서 벗어나서 말이죠. 그 직관은 우리 선조들을 사자로부터 지켜주었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는 더 이상 들어맞지 않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우리 뇌는 어이없을 정도로 무방비한데 그 세상이 역설적이게도 과학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수백년 전만 해도, 모든 분야에서 거의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게 가능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서 이러한 노력은 헛수고입니다.

지식과 정보의 양이 지수적으로 증가하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따라잡기라도 하려면 자세한 건 넘어가더라도, 개략적인 내용을 탄탄하게 잡아줄 수 있는 요약 정리가 필요합니다. 대중들에게 과학을 설명하는 것은 무지함을 일깨우기 위한 게 아니라 인류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거니까요. 이게 가능하려면, 세상의 본질을 최대한 잡아낼 수 있는 비유와 이야기를 찾아 우리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좋은 예시가 물리학입니다. 쿼크는 흔히 묘사되기를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이 있고 각기 다른 스핀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냥 스핀과 색이라고만 하면 우리 뇌는 회전하는 알록달록한 공을 떠올리게 됩니다. 쿼크의 종류와 쿼크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심어 버리기도 하죠. 분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매끈한 구조가 전혀 아니고 전하라고 부르는 것으로 묶여 웅웅거리며 진동하고 있습니다. 전하란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체가 서로 붙고 달아나려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죠.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는 게 확실해야 묘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야 수학을 써먹을 수 있고, 실제 현실에서 실험을 할 수 있으며 그 실험 결과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는 이것들은 모형입니다. 우리의 지식을 요약해주고 논리정연한 이야기를 구성해주며 더 심층적인 설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주는 기법이죠. 대상에 대한 묘사와 대상 그 자체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단순화는 그저 눈높이만 낮추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사실은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잘못된' 전자 껍질 모형을 이용하여 화학 결합을 연구하는 화학자들이나 단순화된 모형을 가지고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 교차해서 논의를 해 보려는 과학자들이 있죠. 그러나 여러 이유로, 과학에서의 단순화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진짜 본질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